삼성 이건희 회장 '의사조카' 가수 데뷔

산부인과 전문의가 록뮤지션으로 변신했다.
 
화제의 인물은 3인조 신인 록밴드 오픈헤드(Open Head)의 리더이며 드러머인 이재훈(41). 그는 삼성제일병원 이사장이었던 고(故) 이동희씨의 6남2녀 중 3남이기도 하다. 이동희 이사장은 1964년 제일병원을 설립해 30년간 운영해 온 소유주였으며, 지난 96년 향년 73세의 나이로 작고했다. 그는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장조카이며, 현 이건희 회장의 4촌형이다.
 
이재훈은 최근까지 제일병원의 산부인과 과장으로 재직했던 전도양양한 의사였다. 이재훈은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해 버클리음대 유학을 원했으나 병원을 경영하던 아버지의 뜻을 좇아 중앙대 의대에 진학했다. 그러나 의대생 시절 Exit라는 하드록밴드를 결성하는 등 음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는 88년 의사면허를 딴 후 제일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쳐 97년 전문의가 됐다.
 
하지만 이재훈의 마음속에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계속 넘쳐흘렀다. 더욱이 사회에 대한 강한 비판의식은 그로 하여금 '의사 자리'에만 머물러 있지 못하게 만들었다.
 
오픈헤드 첫 앨범에 실린 이재훈 작사·작곡의 '아! 뚜껑 열려' 노래말을 보면 그의 의식을 읽을 수 있다. '학교에서 배웠었지 속이는 건 나쁘다고/졸업하고 나와 보니 거짓말이 정답이네/월급 쪼금 올랐지만 아파트값 왕창 뛰었네/이놈저놈 다해먹고 열받아서 못살겠네/아∼ 뚜껑 열려 오픈 헤드….'
 
오픈헤드라는 그룹명도 '뚜껑 열린다'는 뜻과 '오픈 마인드'라는 의미를 겸해 지어냈다. 의사로서의 편안한 삶보다 '뚜껑 열리게' 하는 세상을 고발하겠다는 것이며, 음악을 통해 꿈과 희망을 주는 일이 의사로서 생명을 구하는 일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재훈은 음악의 거리 홍익대 라이브클럽을 돌아다니던 끝에 뉴질랜드 빅토리아대학에서 클래식을 전공한 키보디스트 오석(27), 개성파 리드보컬 이재용(24)을 만나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록계열의 강한 비트와 사운드, 클래식의 고풍스러움과 섬세함을 추구한다. 타이틀곡 '강한 남자'는 남녀 관계의 기존 틀에서 벗어나 남성에 대한 한 여성의 강한 지배욕과 남성 편력을 다룬 내용으로, 강렬한 기타 사운드와 이재용의 공격적 보컬이 돋보인다.

홍성규 기자 saint@hot.co.kr